
부경대신문 뉴미디어 기획기사 2025

숫자로 드러난 이상기후의 그림자
기상청이 발표한 2025년 7월 기후 특성에 따르면 이번 7월은 유독 △폭염 △집중호우 △큰 일교차 △이상 고온 등으로 기상 변화가 극심했다. 7월 한 달 동안의 평균기온은 평년보다 2.5도 상승한 27.1도로 나타났다. 폭염일수가 평년(4.1일)보다 3배 이상 늘어난 달이기도 했다. △서울 △대전 △대구 등 주요 도시에서는 폭염특보가 잇달아 발령됐다. 밤사이 기온이 25도 이상 유지되는 열대야 현상도 확산돼 도심 거주민들의 불쾌지수와 일상에도 영향을 미쳤다.
기상청에 의하면 올 여름 폭염일수가 급격히 증가했다. 2021년 7월 폭염일수는 8.1일이었으며 △2022년 5.8일 △2023년 4.1일 △2024년 4.3일을 기록했다. 이와 비교해 올해 7월 폭염일수는 14.5일로, 지난 4년에 비해 10일을 넘겼다. 평균 최고기온은 32.0도로 앞선 4년과 비교해 가장 높았다.


무더위 속 매년 증가하는 온열질환자
입추가 지났음에도 살인적인 더위에 온열질환자가 누적 3,300명을 넘었고 이 중 20명은 사망했다. 온열질환은 열에 장시간 노출될 경우 발생하는 질환으로 △두통 △어지러움 △근육경련 △피로감 △의식저하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이에 질병관리청에서는 여름철(5월~9월) 동안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를 운영해 매일 온열질환 발생현황을 모니터링하고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온열질환 응급실감시체계 신고 현황을 보면 지난 5월 20일부터 지난 7일(목)까지 온열질환자는 3,352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2,004명)보다 1.7배 많았다. 직업별로는 단순 노무 종사자(26.2%), 무직(14.3%), 농립어업 숙련 종사자(7.1%) 순으로 많았다. 기후에 쉽게 노출되는 야외근로자의 온열질환 발병률이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질병관리청에서도 폭염 고위험군 집단에 야외근로자를 포함했다.
기후 위기 속 보호받지 못하는 노동자들
매년 역대 수치를 기록하는 폭염에 노동자의 건강과 안전은 심각한 위협을 받고 있다. 지난 7일 쿠팡은 사람이 아닌 온도계에 에어컨 바람을 쐐 현장 지정 온도를 낮춘 황당한 사건으로 공분을 샀다. 고용노동부는 관리온도 범위를 정해 실내 작업장의 경우 상시 작업이 있는 장소의 실내온도를 일정 수준 이내로 관리하도록 지정했다. 이에 사업주는 작업자가 일하는 장소에 온습도계를 비치하고 더운 공기가 정체되지 않도록 국소냉방장치 설치 또는 주기적인 환기 조치를 해야 한다. 그러나 쿠팡은 에어컨 송풍기를 사람이 아닌 온도계를 가리켰다. 그 결과 현장 온도는 32.5도인데 온습도계는 24도였다.


안전수칙을 모호하게 지키지 않는 것은 비단 쿠팡만의 일이 아니다. 택배 상하차 업체 같은 기타 야외근로지에서 또한 노동자는 제대로 보호받지 못하고 있었다.
ㅋ물류창고 근무자 조성일(부산·20)

ㅋ물류창고 근무자 김서윤(부산·20)


부산역 청소부 A 씨
"여름이 다가올수록 일의 강도가 높아진다.
하차 일을 하다 두통 및 어지러움을 호소했던 사람들이 더러 있었다."
"에어컨이나 선풍기 바람이 하차 작업을 하는 곳까지 들어오지 않는다."
"업무 환경 특성상 아픈 내색을 하기 어렵기에 견디고 하는 사람들이 많다."
"현장이 워낙 넓어 모든 곳에 선풍기나 에어컨을 설치하기 어려운 점은 이해하지만 근무환경 개선이 절실한 상황이다"
"여름에는 무엇보다 근무환경이 시원한 게
가장 중요하다."
현장 노동자들은 많은 것을 바란 게 아니었다.
노동할 수 있는 최소한의 보장된 업무 환경을 바란 것이었다.
폭염과 노동, 보호의 사각지대
앞에서 살펴봤듯이 폭염일수는 해가 갈수록 길어지고, 야외근로자의 피해는 날이 갈수록 늘어난다. 야외근로를 겪어보지 않았다면 그들의 절규가 와닿지 않을 수도 있다. 이에 기자가 직접 실제 현장으로 들어가 봤다.

지난 15~16일 양일간 진행된 공연 야외근무자로 일하면서 열악한 근무환경을 마주했다. 부산아시아드 주 경기장에 단기 아르바이트생 약 300명이 에어컨과 선풍기 없이 폭염에 노출됐다. 10분만 있어도 땀이 흘렀고, 냉동고 속 물은 녹아내려 무용지물이 됐다. 얼음을 주워 온몸에 바르거나 첫날 근무 후 피부가 뒤집혀 다음날 출근하지 못하는 근무자도 있었다. 오전 11시부터 오후 9시까지 진행된 업무에 근무자들은 땀범벅이 됐다.
김은수(부산·25) 씨는 “폭염 속에 근무자를 이렇게 방치할 줄 몰랐다”며 “다음에 공고문이 올라오면 절대 지원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호소했다. 법적 지침대로 휴게시간은 일부 지켜졌지만, 업무 특성에 따라 유동적이었다. 근로자마다 업무가 달랐기 때문에 휴게시간이 제대로 지켜진 부서가 있던 반면, 바쁜 부서는 식사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경우도 있었다.



산업안전보건법 제24조에 따르면 사업주는 근로자가 건강장애를 입지 않도록 작업환경을 관리해야 한다. 기자가 알아본바 사업장에서는 준수해야 할 법적 의무 아래 업무 특성상 유연하게 조정할 수 있다는 명목으로 야외 노동자의 권익을 침해했다.
기후 위기는 자연현상이지만 그 피해는 사회 구조 속에서 차별적으로 드러난다. 모두에게 찾아오는 폭염을 누구나 같은 방식으로 견디지 않는다. 기후 위기가 그 자체로 불평등한 이유는 사회가 이미 불균형한 구조 위에 서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런 기후 위기에 놓인 사람들을 눈여겨볼 시점이다.
홍근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