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부경대신문 뉴미디어 기획기사 2025

평등하지
않은
기후위기
육체노동자부터 주거취약계층까지
취재
이효주 기자
장가은 기자
정보윤 기자
홍근영 기자
편집
이규혁 기자
유지원 기자
이동근 기자
그래픽
이효주 기자

같은 태양 아래 서 있지만, 무더운 열기의 무게는 결코 평등하지 않다.
우리는 왜 여름을 다른 무게로 견뎌내야 하는가.
연일 뉴스에서 ‘폭염 경보’가 익숙하게 들려온다. 지구가 점점 뜨거워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 이상 낯설지 않다. 지난 태평양의 섬나라 마셸제도는 해수면 상승으로 침수위기에 직면했다. 지난 16일(토) 파키스탄 북서부지역에서는 기습 폭우로 홍수가 발생하면서 수십 명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나라 역시 다르지 않다. 질병관리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질환자는 총 3,704명으로 단순노무종사자(25.6%)와 실외 작업장(31.7%) 발생 비율이 가장 높았다. 이는 노동현장과 취약계층이 기후위기의 직접적인 타격을 받고 있음을 보여준다.
뜨거워지는
지구
세계기상기구(WMO)가 발표한 ‘세계 기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은 산업화 이전(1850~1900년)대비 지구 평균기온이 약 1.55도 상승했다고 밝혔다. 이는 175년간의 관측 이래 가장 더운 해였다. 이어 지난 5월 28일(수) ‘글로벌 기후 업데이트(2025-2029)’에서는 향후 5년 중 한 해 이상은 지구 평균 기온이 1.5도를 넘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산대학교 기후과학연구소 이준이 교수는 “올해 지구 평균기온 1.55도 상승에는 엘니뇨 등 자연적 변동성이 포함돼 있다”며 “실제 인위적 온난화 수준은 약 1.3도”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 교수는 “이미 전 세계적으로 △폭염 △집중호우 △가뭄 △산불 등 극한 기상 현상이 전례 없이 잦아지고 강력해졌다”며 “1.5도에 도달하면 지금보다 훨씬 더 빈번한 이상 기후가 나타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제로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2018년 ‘지구온난화 1.5℃ 특별보고서’를 통해 지구 평균기온 1.5도 상승이 생태계와 인간 사회 전반에 막대한 피해를 초래한다고 밝혔다. 최근 KAIST 연구진은 지구 평균기온이 1.5도 오를 경우 전 세계 농경지 감소의 81%가 개발도상국에 집중될 것이라고 발표하기도 했다. 1.5도라는 숫자가 전 지구적 생태계구조를 흔들 수 있음을 보여준다.


문제는 인간 활동이 주요원인이며 화석연료 사용과 온실가스 배출은 여전하다는 것이다.

2023년 6월 미국 에너지연구소는 지난해 화석연료 소비량이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82%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은 계속해서 지구의 균형을 깨뜨리고 있다. 2022년 파키스탄의 대홍수에 이어 올해 다시 홍수가 발생했고, 유럽의 기록적 폭염과 산불, 한반도의 폭우와 열파까지 이러한 재난들은 단순한 자연현상이 모두 인위적 요인과 결합한 ‘기후변화의 증거’로 해석된다.
화석연료 사용의 가장 큰 문제점은 단순한 에너지 소비를 넘어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를 배출해 지구시스템에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기온상승뿐 아니라 △물·식량 부족 △해양산성화 △해수면 상승 △생태계 붕괴 등 회복 불가능한 위험을 초래한다. 탄소중립 정책포털은 이러한 상황을 ‘기후위기’라 정의한다. 하지만 더 이상 기후위기는 먼 미래의 이야기가 아닌 현재 진행형의 현실이다.
국내에서도 그 징후가 뚜렷하다. 대표적으로 이상 고온이다. 해수 온도 상승으로 여름철 남해·동해안에는 대량의 해파리가 출현한다. 지난 6월 26일 국립수산과학원은 남해 앞바다에 내려졌던 보름달물해파리 예비주의보를 주의보로 격상했다. 해파리 주의보는 보름달물해파리가 1,000 마리 이상 출현할 때 발령되는데, 이날 기준 해당 해역에서 21,085마리가 확인됐다. 해파리 떼는 어획량을 감소시키고 관광객 안전까지 위협한다. 피해는 육지에서도 드러난다. 여름철 가축은 체온 조절이 어려워 고온 스트레스를 받으며 돼지는 사료 섭취량과 성장률이 떨어진다. 지난달 11일(금)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최근 폭염으로 인해 약 53마리의 가축이 폐사했다. 이는 곧 농가의 생산성과 소비자 물가에 영향을 미친다.


평등하지 않은
열기
기후 위기는 단순한 환경문제가 아닌 삶과 생계 전반의 문제다. 그러나 이 피해가 모두 동일하게 다가오는 것은 아니다. 자본과 지역의 격차는 새로운 불평등을 드러낸다. ‘네이처 기후변화(Nature Climate Change)’에 따르면 1990~2020년 지구온난화의 3분의 2는 상위 10% 부유층에 기인한다. 저소득층이 기후 피해에 크게 노출되는 가운데 이번 연구는 기후 위기 책임의 불평등에 집중했다. 연구결과 연봉 4만 2,980유로 이상을 버는 상위 10%은 전 세계 이구 평균보다 극심한 고온 현상 증가에 7배, 아마존 가뭄에 6배 기여했다고 분석했다. 상위 1%는 극심한 고온현상 증가에 평균보다 26배, 아마존 가뭄에는 17배를 기여했다. 미국·중국의 소득 상위 10%가 배출한 온실가스는 아마존, 동남아 등 취약지역의 폭염 빈도를 2배·3배 높였다. 연구진은 저소득 지역이 전 세계적으로 부유한 인구에 집중된 배출량으로 피해를 입는다고 강조했다. 이는 경제적 불평등이 곧 기후 불평등으로 이어진 사례이다.
한국사회의 불평등 그림은 어떨까. 서울연구원(2020)따르면 ‘서울시 저소득가구 에너지소비 실태와 에너지빈곤 현황’에서는 서울시 전체 가구의 가전기기 보급률과 비교하면, 저소득가구의 에어컨 보급률은 가구당 0.18대로 전체 평균 0.89대에 크게 못 미쳤다. 저소득기구 3곳 중 1곳은 적절하지 못한 냉·난방으로 건강질환을 겪은 바 있었다. 사회적 약자일수록 기후위기는 생존의 문제로 직결된다. 기후위기를 환경문제로만 바라보는 시각은 더는 유효하지 않다.

예고된 위기 앞 우리
가속화되는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 위험을 키우고 있다. 이 교수는 “앞으로 10~20년 간 지구온난화가 더욱 심화되면 복합재해 발생 가능성이 증가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실제로 올해 폭염 후 이어진 집중호우와 경북 지역의 초대형 산불은 그 전조다.
앞으로 필요한 것은 행동변화와 구조적 전환이다. 이 교수는 “기후변화는 우리 사회의 △불충분한 적응역량 △생태계 파괴 △생물 다양성 감소와 결합돼 그 위험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며 “온실가스 감축 대응만으로는 부족하고, 생물다양성 보존과 지속가능발전목표 달성을 추구하는 기후탄력적 발전(climate resilient development)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덧붙여 사회 구조 전환과 총체적 접근이 이뤄진다면 더 나은 경로로 나아갈 수 있다는 긍정을 담았다.
기후위기는 현실이며, 다가오는 위기의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지금의 행동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장가은 기자